네덜란드 생존기

네덜란드에서 산부인과 방문하기 / 미레나(IUD)시술 받기

Hazero_Shin 2022. 1. 2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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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받게 된 동기

저는 경구피임약을 거의 10년째 복용중입니다.

매시간마다 복용하는 피임약이 이제는 라이프 스타일의 일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귀찮을때도 있고,

가끔은 이미 복용을 했음에도 "내가 피임약 먹었나?!"싶은 생각에 화들짝 놀라 자다가도 뛰쳐나와서 피임약 팩을 다시 확인해보는 일들도 많았어요.

그만큼 불안했고, 아슬아슬했으며, 스트레스성이었죠.

피임약 복용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제게는 생리불순과 생리통의 최초의 이유였고

그 이후에는 말그대로 임신을 피하는것이 주된 목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현재의 파트너를 만난게 벌써 약 4년전, 저희도 안정적인 관계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밤마다 피임약 복용에 발을 동동구르는 내게 절친 A양이 자신의 IUD시술 얘기를 해주며 한번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물론 저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전에도 여러번 검색도 해보고 찾아도 본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마다 안타깝게도 검색 결과는 다양하고도 끔찍한 부작용과 고통을 동반한 후기들이었기에,

차라리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경구피임약을 고수하려는게 최초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래서 IUD말고 다른 방법인 임플라논이나, 여성용 콘돔으로 알려져있는 누바링등등을 더 깊게 검색해봤습니다.

무수히 많은 검색 결과들을 종합해보니 IUD는 아플것같고, 임플라논이 괜찮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저의 네덜란드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담을 예약했습니다.

아, 우선. 네덜란드에서 IUD시술을 받기 위해선 이전 글에서 소개드린 네덜란드의 의료시스템에 대해서 알고 계셔야 합니다. 동네 아무 병원이나 골라잡고 그냥 가서 진료받으면 되는 편리한 한국과는 달리, 네덜란드는 몇가지의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입니다.

 


주치의와의 상담

담당 주치의와 예약을 잡고 나면, 상담을 하는것을 추천하기 때문에 우선 첫번째로 상담을 하러 갑니다. 

보통은 이런 산부인과 진료를 보러 가도 GP(General Practitioner)들이 진료를 봐준 뒤 일반적이지 않고 더 큰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관련 부서가 있는 큰 대학병원에 보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IUD시술도 그냥 일반 GP에게 받는게 일반적입니다. 제 경우에는 우연의 일치(?)로 제 주치의가 산부인과 전공의더라고요! 

 

 

 

오랜 시간 상담 끝에 

1. 담당 의사의 경험상 임플라논이 IUD보다 부작용 사례가 더 많았음

2. 호르몬 영향을 많이 받아 호르몬제의 부작용을 겪었다면 호르몬 분비량이 더 많은 임플라논 시술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겨짐. (제가 호르몬 부작용 때문에 여러번 경구피임약을 바꿨던 과거가 있기 때문)

3. 구리 IUD보다 호르몬형 IUD인 미레나가 더 삽입이 쉬움

4. 구리 IUD로 인해 월경통, 월경시 과다출혈, 혹은 구리 중독의 부작용이 있음

 

과 같은 이유들로 저는 결과적으로는 설득(?)당해서 임플라논 대신 호르몬제 IUD인 미레나 시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상담시에 집에 가기 전에 다음 생리 기간에 맞춰 미리 예약날짜를 잡으시는게 좋습니다! 

생리일이 불규칙한 경우더라도 워낙 예약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미리 잡아두시고, 만약 생리를 그때까지 하지 않으면 전화해서 취소하시는게 차라리 낫습니다. 

 

시판 미레나의 포장 모습과 미레나 장치 크기

상담이 끝나면 의사가 처방전(prescription)을 주는데, 그걸 들고 약국(apotheek)에 가면 미레나를 '처방'받을수 있습니다.

의사들이 미레나를 제약업체에서 구매해서 환자에게 삽입해주고 병원측에서 청구하는 한국과는 달리,

네덜란드에서는 환자가 약국에서 따로 지불을 하고 미레나를 구입한 뒤 의사에게 가져다 주면 의사는 삽입만 해주는 식입니다.

약국측에서 아무런 청구를 하지 않길래 이것까지 보험이 되나, 싶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말무렵에 보험사측으로부터 미레나 장치값이 청구되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저는 미레나 장치 값 (100유로정도)만 지불했고, 의사의 시술 자체는 보험 커버가 됐기에 무료였습니다! 상자를 처음에 받아들고 저는 많이 당황했었는데요, 상자의 크기가 제 두뼘이 넘는 거대한 사이즈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레나 장치 자체는 크지 않은데, 시술시 필요한 도구들까지 함께 들어있기 때문에 상자 크기가 큽니다.

 


첫 번째 방문

IUD 시술을 위해서 보통 의사들은 월경이 있는 기간동안에의 방문을 권하는데요.

왜냐하면 첫번째, 생리를 한다는건 비임신상태라는 증거이기 때문에 피임 시술을 안전하게 할수 있다는 의미이고

두번째로는 출혈이 있는 동안 자궁경부까지로의 삽입이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작년 7월경, 그래서 생리날짜에 맞춰 예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통탄스럽게도 그 당일까지 생리를 하지 않았어요 :(

그래도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의사의 충고대로 아이부프로펜(이부프로펜) 한알을 복용했습니다.

실제로 몇몇 후기들은 월경중이 아니었음에도 시술을 했다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어렵게 잡은 예약을 놓칠순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문한 병원에서 의사도 어쨌든 한번 시도는 해보자고 했습니다!

아, 한국의 산부인과 진료가 끔찍하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는 순간.

저는 한국에서도 산부인과 가는걸 정말 싫어했습니다.

우선은 수치스러운 의자에 다리를 쫙 벌리고 앉는것도 불쾌했지만 가장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여겨지는 곳을 보여준채 검진을 받는다는 자체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한국의 산부인과는 이곳에 비하면 아주 사려깊은곳이었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

한국에는 친절하게도 탈의할수 있도록 작게라도 마련된 공간과, 제공되는 고무줄 치마와 슬리퍼가 있는게 보통입니다.

이곳은 그런거 없습니다. 일명 굴욕 의자 주변으로 커튼이 처져있고 그 안에 서성이는 내게 그냥 옷 벗고 누우랍니다.

놀라서 쳐다보니 자신은 커튼 바깥쪽에 있을거라고 말해줍니다.

쭈뼛쭈뼛 얼른 벗었지만 둘 곳이 없어 들고 있던 하의를 보이는 간의 의자에 대충 걸쳐둔 채 저는 그렇게 곰돌이 푸우처럼 하의실종의 상태로 굴욕의자에 아무것도 없이 누워야 했습니다.

이 굴욕의자 자체도 이미 다리를 걸쳐 올리고 앉아야 하는 상태라 의사가 재입장 했을때 나는 이미 다리를 벌리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다시 한국과 비교하자면, 한국에서는 친절하게도 의사와 환자 사이에 종종 민망하지 말라고 커튼을 쳐주는데요.

여기는 당연히 그런것따위 없습니다 :) 적나라하게 보이는 의사의 얼굴을 피하려 애써 천장에 시선을 고정해야 합니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보신 분이라면 알고 있을 자궁 경부의 고통이 동반했던 검사가 얼마 정도 지속 된 후,

아무래도 이상태로는 시술을 할순 없다며 장갑을 벗는 의사.

아니.. 아프긴 다 아픈데 시술을 못한다니요...

어쩔수 없이 다시 하의를 챙겨입으려는데 검사 과정에서 있었던 출혈이 있었던게 보입니다. 불쌍한 내 몸.

다시 커튼 안에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의사와 8월로 재예약을 잡았어요.

다행히도 구입한 미레나는 아직도 상자에 있었기 때문에 재구매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날 시술을 받을줄 알고 하루 휴가를 낸 상태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 볼일을 보자마자 생리가 터졌어요 ㅎㅎ...ㅎㅎㅎㅋㅋㅋ왜 우리 몸은 늘 이런식인걸까요.

결국엔 예정일대로 월경이 있긴 있었지만 타이밍이 안맞아서.. 실패.


두 번째 방문

2020년 7월의 첫 방문 이후로 원래대로라면 한달 뒤인 8월에 방문했어야했지만 8월 중순 예상치 않게 떠나게된 스페인으로의 휴가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9월엔 제 주치의가 시간이 없었고 10월엔 한국 방문이 예정되어있어서 한달 한달이 계속해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11월에 다시 네덜란드로 귀국을 했지만 한국 방문 동안 생리를 늦추려고 복용했던 경구피임약 때문에 생리 주기가 뒤죽박죽이었고 12월엔 연말이 껴있어서 업무량이 너무 많아 적절한 시기로 생각되지 않았구요.

그래서 결국엔 첫 방문으로부터 거의 반년 뒤인 1월에 재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거의 끝물이긴 하지만 생리 기간도 맞고 예감이 좋았어요.

 

마침내 1월 12일 아침 9시, 30분 전 진통제인 아이부프로펜을 복용하고,

반년동안 집에서 방치된 미레나 상자를 가방에 넣고 방문한 병원.

의사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왜이렇게 오래걸렸냐고 묻길래 멋쩍게 웃고 그래도 나름 두번째라고 적응이 되어서 재빨리 탈의를 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렇게 지난번보다 더 깊은 검사를 하는데

와, 이거 너무 아파요.

아파도 너무너무 아픕니다 ㅠㅠ.

저는 타투나 피어싱도 몸에 많고, 주사나 질병도 금방 견뎌낼 정도로 고통을 잘 견디는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늘같은것도 무서워하지 않아서 헌혈도 규칙적으로 하고 왠만히 아프지 않은 이상은 병원도 잘 안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픔의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생전 경험해보지못한 엄청나게 불쾌하고도 알싸한 아림이 배꼽 밑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느낌.

나도 모르게 '악-'소리가 나왔고 세상이 핑핑 돌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 찾아보았던 고통의 후기들이 내게도 적용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어느정도가 지났을까, 잠시 멈추길래 끝났구나, 싶었는데 뜬금없이 "7cm네요"라는 의사.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지금까지 한건 자궁경부치수를 잰것이랍니다.

말도 안돼. 너무 아팠는데?

창백해진 날 보더니 멈출까? 묻는데 반년이 넘게 기다려온 이 과정을 허무하게 놓칠순 없어서 계속해달라고 말했습니다.

 

IUD 시술 과정

 

눈물을 머금고 시술을 강행했습니다.

무엇인가가 삽입 될 때마다 너무 아파서 엄마생각도 나고 절로 주먹을 꽉 주게 되었습니다.

경부 길이를 잰 뒤, 그림처럼 관을 삽입한 다음 다시 관을 빼내면 IUD가 위치하게 되는데요

관을 빼낸 뒤에 매달린 플라스틱 실을 가위로 잘라내면 끝.

이 모든게 단 10분안에 끝났습니다.

분명히 간단해보이는데 고통은 간단하지가 않았어요.

드디어 다 끝나고 심호흡을 하고 있는 내게 좀 더 누워있다가 나오라는 의사.

그리고는 경험할 수도 있는 부작용들 - 메스꺼움, 두통, 부정출혈 등등- 을 말해주며 커튼 밖으로 퇴장합니다.

저는 여전히 곰돌이 푸우 상태로 다리를 올린채 누워있다가 갑자기 한기가 들어서 얼른 그냥 옷을 입고 집에 가야겠다 싶었지만, 의사가 대기실에서 15분은 기다리라고 합니다.

내가 아파하는걸 보니 쓰러질수도 있겠다고.

6주 뒤로 또다른 예약을 잡았습니다. IUD가 빠지지 않고 제자리에 잘 있는지 확인해야한답니다.

그럼 이 비슷한 과정을 또 거쳐야 한다는건데.. 벌써부터 아득합니다.

 


그 후의 기록

당일

집에 오자마자 아이부프로펜 한알을 더 복용했다.

하루에 최대 1200mg 복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괜찮을 것 같았다.

전기장판을 켜고 물주머니에 따뜻한 물을 채운뒤 아랫배에 가져다대고 4시간가량 잠들었다.

깨어나보니 시술 과정때만큼 아프진 않았지만 지난 10년가까이 경험하지 않았었던

싸-한 생리통같은 묵직한 고통을 밤새 경험하게 되었다.

배도 고프지 않고 그냥 피곤했다.

다음날

여전히 지속되는 불쾌한 고통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병가를 냈다.

오후정도에 요리를 하느라 서있었더니 바늘로 찌르는듯한 고통을 느껴 겁이 나서 얼른 누웠다.

바늘로 찌르는듯한 고통 이외에도 계속 큰일이 보고싶은듯한 묵직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누워서 후기를 찾아보는데 통증이 며칠, 혹은 몇주나 가는 경우도 있단다.

가끔은 IUD가 제자리를 찾지 못해 빠져버리기도 한단다.

너무 무섭다.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3일차

바늘로 찌르는듯한 고통은 사라졌지만 묵직함은 지속되었다.

우선 출근은 해야해서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생리통같이 계속 싸-하다.

아이부프로펜을 하나 챙겨먹었다. 턱과 입 주변에 큰 뾰루지들이 올라왔다. 호르몬때문인가?

4일차

점점 불편함이 사라지는듯 하다. 토요일이어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신경쓰지 않으니 아프지도 않은것 같다.

결국엔 내가 너무 걱정을 많이해서 더 아팠던걸까?

5일차~6일차

5일차에 부스터샷을 접종받으면서 이틀을 끙끙 앓았다.

IUD고 뭐고 열에 몸살기운에 그냥 잠만 내리 잤다.

일주일 후

안아프다! 야호! 큰일을 봐야할것 같은 느낌도 없고. 그냥 멀쩡하다.

현재 (1월 19일) 딱 8일차인데, 아프지도 않고 첫날을 제외하고는 부정출혈도 없다.

피부도 아직까진 뒤집어지지 않았고, 어제는 요가도 했다.

오늘은 운동을 해볼 계획이다


결론

 

사실 첫 이틀동안은 후회를 했던것 같습니다. 주치의가 뭐래도 그냥 임플라논 할걸.

그냥 경구피임약 복용할걸.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걸 했을까.

하지만 현재 물론 아직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언할순 없지만, 고통과 불편함이 사라진 현재 차라리 하길 잘했단 생각도 듭니다. 원래대로라면 며칠전부터 경구피임약 새 팩을 복용할 때가 되었을텐데, 그걸 스킵해버리니 너무 편해서요.

세세하게 적으려 하다 보니 포스팅이 엄청나게 길어졌는데,

저같이 IUD에 대해서 겁이 나거나 무섭거나 고민하거나 하는 분들,

그리고 특히나 해외에서의 시술에 망설이는 분들에게 도움이 조금이나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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